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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사퍼

[로라드렉/쌍창] 무 제

[로라드렉/쌍창] 무 제

 

 

*언제나 같은. 노잼 주의*

* 흄쨩 받아줘 나의 연성이라고 쓰고 ㄸ이라고 읽는 쌍창을!!!  /뛰어내림

 

 

 

 * *  *

 

 

 

 

 회사의 임원들이 모두 모인 만찬, 사람들의 말이 모여 크고 작은 소음이 가득한 곳에서 로라스는 침묵을 안주 삼아 구석에서 홀로 와인을 기울인다.

 

외골수적인 사내라 소문이 날 만큼 로라스가 사교계의 파티나 오찬, 만찬 자리를 꼬박꼬박 참석할 만큼 샤교활동을 즐기는 성격은 아님은 분명하다. 물론 왕실에서 주최하는 만찬에 참여한 것이었다면 왕실 호위대의 일원이자 귀족으로서 많은 이들에게 인사를 하며 얼굴을 비추었겠지만, 이곳은 회사에서 열린 만찬이다. 단지 소속된 자로서의 예의를 다하기 위해서 자리를 지킨 후 적당한 시간이 흐르면 조용히 빠지려는 행동이다.

 

"알베르토"

 

와인으로 달아오른 웃음기 어린 목소리에 로라스는 뒤를 돌아 자신에게 다가온 이를 바라보았다. 평소라면 갈색과 흰색의 머리카락이 잔뜩 헝클어져 있었을 테지만 자리가 자리이니만큼 머리카락은 왁스로 깔끔하게 세워져 있다. 그리고 익숙한 검은 정장, 분명 로라스의 옷장에 걸려있었을 옷이다.

 

"다리오. 맞춤 정장을 그저께 가져다준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디 뒀는지 기억이 안 나서 말이지. 자네랑 나는 치수가 비슷하잖아?"

 

그래서 하나 꺼내 입었어. 천연덕스러운 드렉슬러를 보며 로라스는 한숨을 쉬었다. 애지중지하는 창 말고는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을 아무렇게나 던져두는 드렉슬러이니만큼 자신이 가져다 준 정장도 집안 가득 산더미 같은 잡동사니 어디엔가 박혀있을 터였다. 왕실에서 하사한 것이니 잘 보관하라고 해도 소용이 없다.

두 사람이 꽤나 비슷한 체형이기 때문에 드렉슬러가 입고 있는 핏이 딱 떨어지는 슬림한 정장이 그를 위해 만들어진 맞춤 정장으로 보인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와인은 이제 그만하는게 좋겠네, 다리오. 이미 한계지 않나."

 

"천재인 이 몸이 3병이 한계라면 좀 부끄럽지. 안 그런가, 응? 아직 멀었네."

 

드렉슬러는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곧 자신의 와인잔을 테이블에 내려놓더니 로라스의 손에 들려있던 와인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간다. 드렉슬러는 혀를 굴려 와인을 음미하고는 로라스의 어깨에 팔을 두른 채 고개를 숙이고 킬킬대며 웃었다.

 

"맛이 꽤나 괜찮군. 미인이 마시던 와인이라서일까. 응?"

 

"미인은 다리오, 자네가 아닌가."

 

로라스의 낮게 잠긴 음성에 드렉슬러의 웃음소리가 멎었다. 로라스는 천천히 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드렉슬러의 입술을 매만졌다.

 

"자네는 밤에 보면 더 미인이지. 지금처럼 와인으로 적셔진 입술도 아름답지만."

 

내 것으로 적셔진 자네 입술이 난 더 좋다네. 로라스의 속삭임에 드렉슬러는 그의 어깨에 둘렀던 팔을 풀고 뒷걸음질 치며 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른 이들이 저마다의 이야기에 빠져있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드렉슬러는 안도했다.

 

"정말이지..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이러나?"

 

"지나치면 좋지 않지만, 적당한 알콜은 잠자리에 좋다고 하더군."

 

"알베르토-"

 

"그러니 그만 마시게. 내가 자네 입술을 적시지 못한 게 벌써 이틀째네만."

 

귀 끝까지 붉어진 드렉슬러의 얼굴을 보며 로라스는 입꼬리를 올린다. 달아오른 얼굴을 가린 드렉슬러는 뛰는 듯한 걸음으로 급히 회장을 나선다.

 

"거기. 와인잔을 좀 치워주겠나."

 

애초에 계획했던 '예의를 지키는 시간'은 이미 지났다. 로라스는 지나가던 웨이터에게 손짓했다. 옷매무새를 점검하고 머리를 한번 쓸어올린 로라스는 자신을 바라보는 윌라드에게 살짝 눈인사를 했다. 이만 가보겠다는 뜻을 알았는지 윌라드는 고개를 한번 가볍게 끄덕이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다른 이들과 대화를 나눈다.

 

나이에 맞지 않게 부끄러움이 많은 자신의 미인을 쫓아 로라스는 회장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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