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님 생일축하 & 졸업축하
사랑하는 맘을 담아 벼님께 바칩니다. 가랏 쌍충!! (토스)
- - -
[쌍충] 무 제
입김이 나올 듯이 싸늘한 공기가 흐르는 강당 안은 분위기를 살피며 적당히 정숙을 유지하던 평소와는 달리 웅성거림으로 가득하다. 좋게 말하면 활기찼고 달리 말하면 시끄러웠다. 긴장으로 다리를 달달 떨면서도 얼굴에 만연히 웃음을 띠고 있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작은 흐느낌 소리와 눈물 자국을 숨기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히카르도는 이들 중 후자에 가까울 것이다. 눈물이 나올세라 눈가를 마구 문지르는 그의 손에 끼워진 가죽장갑은 거칠기 그지없어서 그의 눈가는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장갑 안은 이미 땀에 흠뻑 젖어 끈적거리기까지 했으나 차마 장갑을 벗지 못하고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러나 맨 위까지 채워진 단추와 꽉 조여 맨 넥타이, 체형에 꼭 맞춰진 맞춤 정장이 그는 오늘따라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각진 학사모와 치렁치렁한 가운을 입은 이들이 모두 착석하고 그들 사이에서 몸을 일으켜 단상으로 천천히 한걸음 내딛는 익숙한 뒤태에 히카르도는 시선을 빼앗겼다. 단상에 나선 이는 습관인 듯 자연스럽게 안경을 한번 추켜올리고는 마이크를 손가락으로 툭툭 쳐서 확인을 한 뒤 입을 열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 강당 안의 이들은 단상에 서 있는 이만을 멍하니 바라보다 그의 입이 닫히자 우레같은 박수를 쏟아내었다.
축하의 말과 함께 커다란 꽃다발을 건네는 무리로 히카르도는 꽃냄새에 질식할 것 같다고 생각하며 슬쩍 구석으로 향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에 서서 벽에 등을 기댄 채로 잠시 눈을 감자 지독한 향기와 시끄러운 소리는 촛불처럼 서서히 꺼져갔다. 미약한 불씨마저도 사라지고 연기만 남은 것처럼, 작게 속삭이는 소리 만이 강당을 차지 했을 때, 히카르도는 눈을 떴다.
"한참 찾았잖아, 여기 있었어?"
"까미유."
안 온 줄 알고 섭섭할 뻔 했는데 와줬구나. 학사모를 벗으며 다가오는 이를 바라보다가 히카르도는 젖어오는 눈을 마구 비볐다. 몸에는 점점 열이 오르고 가래가 들끓는 듯한 답답에 그의 얼굴은 서서히 일그러지고 있었다. 웃으며 축하한다는 말을 덧붙여야 했지만 입을 여는 순간 다른 말이 나올 것만 같았다. 히카르도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런 히카르도의 모습에 까미유는 쓰게 웃으며 히카르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널 홀로 남겨두고 나 혼자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우는 거야? 귓가에 들려오는 음성에 히카르도의 눈가가 잘게 떨렸다. 아무튼, 예나 지금이나 몸만 컸지 아직 애라니까 우리 리키는. 웃음기 담긴 말에 히카르도는 침묵한다.
"그래, 울보를 달래려면 내년 네 졸업식 때, 데샹이라는 성을 상으로 선물로 주면 되려나?"
평생 함께라면, 외롭지 않지? 까미유의 말에 놀란 히카르도는 획 소리 나게 고개를 들고 눈을 크게 떴다. 까미유는 소리내어 웃었다.
* * *
"손잡아줘."
안돼, 장갑이 찢어졌어. 이런 흉한 손으로는 널 상처입히게 될 거야. 히카르도는 자신의 검은 손을 보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급하게 손을 감쌀만한 천을 찾아보지만 이미 갈기갈기 찢긴 그들의 몸에는 마땅한 천 쪼가리를 찾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갈 곳을 잃고 허공에서 멈춰있는 히카르도의 손을 까미유는 꼭 잡았다. 히카르도의 고개가 서서히 숙여진다. 입술을 깨물며 참아냈지만 결국 뚝뚝 소리를 내며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피로 얼룩진 까미유의 손등에 눈물이 타고 흐르며 피를 조금씩 닦아낸다.
"..평생 함께라는, 약속"
기억해..? 까미유의 속삭임 같은 작은 목소리를 듣고는 히카르도는 당장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은 울음소리를 온 힘을 다해 참아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 사과의 말을 하는 까미유의 눈의 초점이 서서히 흐려졌다.
"못 지킬 것 같아."
빛이 꺼져버린 까미유의 눈동자에 히카르도는 소리내어 오열했다.
'16~17'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화/아오카가] 일상 (0) | 2017.10.24 |
---|---|
[티하/티엔하랑] 무제 (0) | 2016.08.29 |
[헨리멜빈] 기록 (1) | 2016.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