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화/아오카가] 일상
두 사람에게는 많다 적다 정의하기엔 애매한 일들이 있었다. 사실 단순하게 보면 시합에서 겨뤄서 이기기도 했고 지기도 했던 서로 경쟁하는 고등학생 농구 선수일 뿐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조금 복잡하다. 친구라고 하기엔 교류가 없어서 서로의 근황은 그냥 지나가듯 부원들이 하는 말을 주워듣는 것뿐이지만 카가미가 아오미네에게 미친 영향, 아오미네가 카가미에게 미친 영향들을 따지게 된다면 더욱.
카가미나 아오미네나 문학 쪽으로는 크게 연이 없는 탓에 도저히 서로를 표현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머리를 벅벅 긁다가 그냥 이 녀석은 이 녀석인데 뭐 어때 라는 식으로 단순하게 생각하고 농구공을 튕겼다.
그들이 길거리 농구코트를 점령하는 시간에는 이따금 코트를 찾아오던 이들도 격렬하기 그지없는 두 사람을 보곤 질린 표정으로 피해간 터라 주위는 한산하다. 물론 두 사람으로 인해 바닥과 강하게 마찰하는 농구공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기 때문에 조용하지는 않았다. 낡은 농구 골대는 이따금씩 그들의 자존심 대결로 이어진 연속 덩크에 위태롭게 덜커덩거리는 소리를 냈다.
약속을 하고 만나는 건 아니었다. 각자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고 투쟁심은 있지만, 그것이 친목으로 곧바로 이어질 만큼 친화력 있는 성격들도 아닌데다가 서로가 인정하는 공통점은 농구를 좋아한다는 것과 '두 사람은 형제입니까 농구 바보라는 게 참 닮았네요.'라는 농담일게 분명한 말을 진지하게 하는 존재감이 희미한 친한 친구 한명 정도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 말을 듣고 발끈한 두 사람이 서로를 삿대질하며 누가 이런 녀석과! 라고 동시에 외쳤다)
아직 이메일 교환 같은 간단한 행위마저 하지 않았는데 정말로 우연히. 같은 시간대에 같은 장소에 농구공을 들고 만나게 되니 함께했고 서로의 농구가 재미있는 건 사실이라 조금 옥신각신하긴 해도 불만은 없다. 나중에는 만났던 시간과 다른 시간에도 어림짐작으로 녀석이 있지 않을까 하면서 농구화와 공을 챙겨서 길거리 코트를 향하기 시작했다. 타인이 본다면 약속을 잡고 만나는 거라고 착각할 정도로 만남은 계속 되었다.
만나자마자 익숙한 듯 각자 준비 운동으로 몸을 풀고 농구공을 든다. 한번은 카가미가 공을 위로 높이 던지며 시작을 알렸고 그 다음번에 만났을 땐 아오미네가 했다. 농구가 점수를 내기 위해 쉼 없이 공을 쫓아 뛰어야 하는 스포츠인 덕분에 서로 눈이 마주쳤을 때 가끔 가슴 언저리가 답답한 걸 숨이 차서 그런 거라고 속으로 변명할 수 있었고 서로 손끝이 스칠 때마다 드는 이상한 기분은 애써 가쁜 숨을 몰아 쉬는척하며 넘기면 되었다.
처음 땀범벅이 된 채 코트 바닥에 주저앉아서 미지근해진 음료수를 들이켜면서 목을 간신히 축이고 빈속으로 헤어졌었지만, 투쟁심을 불태우다 존에 들어간 날. 둘 다 녹초가 된 채로 드러누워 있으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카가미는 가방을 뒤적거리며 가방안쪽 어딘가에 박혀있었던 에너지바 한 개를 꺼낸다. 두 개 정도 되었다면 서로 나눠 먹기 좋았을 테지만 애석하게도 한 개뿐이다. 카가미는 아직 뜯지 않은 봉지채로 반으로 쪼개보려 했지만 반쯤 녹은 듯한 느낌에 포기하곤 봉지를 뜯고 한 입 먹은 뒤 아오미네에게 건넸다. 아오미네는 카가미의 잇자국이 남은 에너지바를 잠깐 보다가 카가미의 손에 얼굴을 향해 반보다 조금 더 남은 에너지바만 깨물어 쏙 빼 먹었다. 카가미는 손에 남은 봉지를 휴지통에 던졌다. 남은 음료수를 탈탈 털어 마셨을 때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은 입맛을 다셨다. 허기졌다.
"야, 마지바 가자"
"어."
땀 때문에 몸에 달라붙는 티셔츠를 잡아 펄럭이면서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누가 먼저 마지바에 가자고 제의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우연하게 만나서 격렬하게 농구를 했던 두 사람은 배가 고파졌고 우연하게 두 사람 다 좋아하는 메뉴가 햄버거였을 뿐이다. 누가 제의했던 찬성했을 것임은 분명하다. 내가 먼저 가자고 했던가? 기억이 안 나는데 뭐 별로 상관없지. 같은 생각을 하면서 둘은 어느새 나란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저녁 시간 쯤 사람이 많아서 시끄러운 시간대에도 일반적으로 봤을 때 사납게 생긴데다가 키가 크고 근육도 상당한 남학생 둘이서 마주보고 햄버거를 먹는 모습은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기 쉬웠다. 거기다가 늘 혼자 와서 햄버거를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먹는 걸로 유명한 마지바의 명물 손님이 일행을 데려왔다는 점이나 그 일행이 명물과는 다르게 평범한 양을 먹고 있다는 점이 신기해서 더 시선을 끌었을지도 모른다. 여느 때와 같이 햄버거를 잔뜩 주문하는 카가미를 보면서 직원은 그를 반갑게 맞이했고 이젠 익숙해진 아오미네에게도 그러했다.
"새삼스럽지만, 무식하게 많이 먹네. 감자튀김 줄까?"
"새삼스럽지만 그 말 몇 번째인지 기억 안 나니까 그만둬, 주는 건 받는다."
햄버거를 크게 베어 물어서 볼이 빵빵해진 서로의 모습을 보는 건 이제 익숙한 일이다. 그들은 서로가 무슨 메뉴를 시켜먹을지 알았다. 데리야키버거와 치즈버거는 늘 질리지 않고 맛있었다. 함께 농구하는 시간은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땀으로 몸이 끈적거려도 불쾌하지 않고 즐거웠고 허기진 배를 채우면서 조용하게 서로를 관찰하는 시간도 괜찮았다. 손가락 마디마디 어디쯤에 점이 있는지 찾아보는 거나 속눈썹 길이가 어느 정도 되는 것 같다고 추측해보는 것도 나름. 매일 하고 다니는 목걸이에 달린 반지가 유독 신경 쓰인다던가, 또 뭐가 불만인지 찌푸려진 미간 주름을 살살 눌러서 펴주고 싶다고 생각하거나 하는 시간이 정말 나름 괜찮다고 두 사람은 생각했다. 어쩌면 곧 농구만큼이나 좋아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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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썰을 바탕으로 써보긴 했는데 백 만년 만이라..
제가 애정 하던 그때의 '청화의 일상' 이란 느낌이 살아날지 모르겠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평범하게 썸타는 청화 정도 일까요..? 힣
불타올랐던 예전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좋아해 애들아. 행쇼해줘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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