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중인 내용이 너무 길어서 결국 엄청 줄이고 자름;;
다음편은 언젠가...
[백건은찬] / 건찬
* 남겨진 새 01
"난, 못 가 백건."
하늘나라에는. 은찬은 평소와 전혀 다를 바 없는 무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찻잔에 입을 가져가는 그의 모습에 백건은 그가 아주 짓궂은 장난을 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입에서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동요가 섞인 말을 하게 되면, 은찬은 장난에 넘어가는 것일 터였다. 백건은 입을 꾹 다물었다. 떨려는 손에 힘을 주어 감춘 채로 은찬을 보며 입을 열었다.
"장난치곤.. 너무 질이 나빠 주은찬."
은찬은 백건의 말에 웃었다. 백건은 곧이어 들려올 말을 기다렸다. 분명 이제 곧 은찬이 '아~ 들켰네. 좀 속는 척 좀 해주라.' 라며 툴툴댈 것이고, 자신은 평소처럼 마주 웃어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은찬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홀짝였다. 은찬의 목젖이 움직이며 꿀꺽하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릴 정도로 깊은 정적이 방을 가득 채웠다.
"너만 알고 있어, 현우나 가람이까지 알면 쪽팔리잖냐."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멋쩍은 듯 볼을 긁적이고 차를 홀짝이는 모습은 정말 평소의 주은찬. 그 모습 그대로였다. 자신의 진짜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모습까지도. 은찬은 분명 모를 터였다. 오랜 시간을 함께 지냈던 만큼, 은찬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백건이 은찬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백건은 은찬의 손을 잡아채 그의 손에서 찻잔을 빼앗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챙- 하는 날카로운 소음이 났지만, 정적의 깊이를 깨기에는 부족했다.
분명히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 거라는 희망을 사그라들게 하는 이 정적이 백건은 너무나 싫었다. 치밀어오르는 감정들을 주체할 수 없어 이성을 잃어버릴 만큼.
"그 입 닥쳐, 주은찬."
힘이 가득 들어간 백건의 손에 멱살이 잡힌 채로도 은찬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은찬의 그런 모습에 백건의 손에서는 점점 힘이 빠져나갔고, 은찬은 고개를 들고는 손을 뻗어 백건의 볼을 감쌌다. 놀란 듯 흔들리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백건과 눈을 맞추며 은찬은 천천히 그의 볼을 쓰다듬었다. 이내 은찬의 멱살을 잡고 있던 백건의 손이 풀리자 은찬은 그를 끌어안았고. 백건의 한결 달아오른 체온과 숨결을 느끼던 은찬은 작게 속삭이며 백건에게 입을 맞췄다.
"같이 못가서 미안해, 백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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