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미네x카가미] 실연
"뭐야, 농구 하자고 불러놓고 얼굴에 '고민 있어요' 라고 쓰여있는건?"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계속 카가미를 바라보던 아오미네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평소의 카가미라면 아오미네를 만나자마자 원온원을 할 생각에 잔뜩 흥분해서 빨리하자고 달려들었을 텐데, 오늘 카가미는 계속 다른 생각에 빠져 멍하게 있었다.
아오미네는 평소와 다른 카가미의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조금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항상 자신을 보며 빛나던 빨간 눈이 오늘은 자신을 향해 빛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일까.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카가미가 아오미네는 무척이나 신경이 쓰였다. 솔직히 평소 아오미네 라면 모든 일에 귀찮다는 생각이 앞섰을 테지만, 카가미와 관련된 것은 귀찮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게 사실이었다.
"써.. 써있어? 가 아니라- 아..아무것도 아니니까, 하하하! 원온원 하자고- 원온원!"
"들어는 줄 테니까, 말해."
당황해서 자신의 얼굴을 황급히 더듬다가 정신을 차린 카가미는 억지웃음을 지었고, 아오미네는 그럼 카가미의 모습을 보다가 농구공과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벤치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진작에 귀찮다며 가버렸을 아오미네가 오늘은 웬일인지 가만히 앉아 자신을 기다려주자 카가미는 눈을 크게 떴다.
"엑, 진짜? 들어준다고?"
"말 안 할 거면 난 간다."
"아니! 할, 할게. 말한다고."
일어나려는 시늉을 하자마자 카가미의 손에 옷깃이 잡힌 아오미네는 살짝 인상을 썼다가 이내 한숨을 쉬고는 다시 벤치에 엉덩이를 걸치고 옆자리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여기 앉아' 라는 아오미네의 손짓을 이해한 카가미가 쭈뼛쭈뼛 거리며 아오미네의 옆자리에 엉덩이를 걸쳤다. 잠시 아오미네와 눈을 마주친 카가미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며 심호흡을 했다.
"말해"
"그게, 어, 어떤 사람이랑 있으면 가슴 언저리가 저릿저릿하고, 뭔가 엄청 부끄럽달까.."
"하아? 니가 무슨 소녀냐?"
"소녀 아니거든!"
* * *
해가 저물어가며 온 세상이 노을빛인 시간, 홀로 길거리 농구 코트 위에 드러누운 아오미네는 자신뿐인 코트가 오늘따라 유난히 넓어 보인다고 생각하면서 눈을 감았다. 괜히 자신답지 않은 오지랖을 부렸다고 자조하면서.
카가미가 '어떤 사람' 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아오미네는 사실 조금 기대를 했었다. 그 '어떤 사람'이 자신이 아닐까 하는. 하지만 역시 기대는 기대였을 뿐, 사실이 되지 못했다. 카가미가 말한 이는 분명 자신이 아니었다. 친절하다던가, 섬세하다던가. 이런 건 자신과 전혀 반대되는 이야기였고 농구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완전히 자신이 아니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계속, 언제나 함께 농구를 하고 싶은 사람' 이라니. 카가미에게 있어서 그런 사람은 분명 쿠로코 밖에는 없을 터였다.
'나,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걸까?'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묻는 카가미에게 아오미네는 순간 목이 막혀오는 느낌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카가미가 말한 '어떤 사람' 을, 어쩌면 그 '어떤 사람' 일지도 모르는 쿠로코를 떠올리자 무언가 울컥하고 치밀어 오르는 이 감정은 질투라는 것이 분명했다. 이대로 입을 열었다간 자신을 주체못하고 정말 추한 모습을 보일 것만 같았다. 치밀어 오르는 질투심을 자존심 하나로 억누르던 아오미네는 입술을 깨물다가 이내 알아서 생각하라며 소리치고 말았다. 짧은 침묵이 흐른 뒤. 카가미가 오늘은 먼저 가보겠다며 짐을 챙겨 황급히 떠났고. 아오미네는 카가미를 붙잡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뻗은 손을 힘없이 내리며 멍하니 카가미의 뒷모습을 응시하기만 했다.
아오미네는 대답해 주지 않았지만 카가미는 분명 깨달았을 터였다. 카가미 자신이 지금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오미네는 칫, 하고 짧게 혀를 차며 눈을 떴다. 아아- 실연인 건가. 이렇게 허무하게 실연당할 줄이야. 고백이라도 좀 해볼걸. 아오미네의 투덜거리던 목소리가 점점 작아져 갈 때.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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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바카가미]
너를, 좋아하는 것 같아. 아오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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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맨 처음에 썼던 건
아오미네 (짝사랑)-> 카가미 ->쿠로코
이런 구도였는데. 계속 수정하면서 써내려 가다 보니... 완전히 청화가 됐네요.
쿠로코를 등장시켰다면 흑화로 갔을지도 모르지만..
애초에 쿠로코는 등장 안 시킬 거라고 결심하고 쓴 글이라서 ㅋㅋㅋ허허허
백만 년만의 쿠농연성인 것 같습니다. 뭔가 기분이 오묘..
-물론 그나마 최근에 쓴 포쉐 축전도 청화지만, 솔직히 뭐가뭔지..
제가 지금 다시 봐도 모르겠음..
미안해 포새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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