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
카가미의 생일을 축하하며-
[키세키x화] 생일축하해, 카가미
소파에 누워 눈을 감고 있던 카가미는 전화가 울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수화기를 들고 귀에 가져다 대며 침침한 눈을 비비던 카가미는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익숙한 음성에 밝아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버지? 응, 잘 지내요. 네.. 고마워요 아버지."
생일 축하한다 타이가. 라는 아버지의 다정한 음성에 카가미는 활짝 웃으며 답했다. 언제나 바쁜 카가미의 아버지는 집을 비우기 일쑤였기에 카가미의 생일마다 함께 할 수 없었다. 일 때문이니 어쩔 수 없지만, 내심. 아버지의 생일 축하한다- 라는 말을 전화로 밖에는 듣지 못하는 것에 카가미가 조금 섭섭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아들의 생일을 챙겨주고자 쉴 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서 전화했을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르자 카가미의 섭섭했던 마음은 눈 녹듯 녹아내렸다.
"네, 괜찮아요. 응, 응 아버지 그럼 또 통화해요."
이번 생일도 혼자 보내게 해서 미안하다는 아버지의 말에 카가미는 괜찮다고 고개를 저으며 짧은 통화를 끝냈다, 오랜만에 듣는 아버지의 음성을 조금 더 듣고 싶었던 카가미는 아쉬운 마음에 수화기를 내려놓지 못하고 한참을 들고 서 있었다. 이내 짧게 한숨을 쉬며 수화기를 내려놓은 카가미는 조금 우울해 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부엌으로 가서 앞치마를 맸다. 우울해질 때마다 기분전환 삼아 요리를 하는 것은 카가미의 오랜 버릇이었다. 어릴 적부터 혼자 집을 지키는 시간이 길었던 그가 그저 처음엔 시간 때우기로, 사 먹는 밥이 질려서 간단하게 만들어 먹으려고 시작했던 것이 점점 만들 수 있는 음식이 늘어나면서 스스로 요리를 조금 할 줄 안다고 자신할 만큼의 실력이 되어서부터는 카가미가 외식을 한 적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였다. 프라이팬 두 개에 약간의 올리브유를 두르고 한쪽에는 야채를 썰어 넣어 볶으면서 다른 한쪽에는 고기를 굽고, 바로 옆의 냄비에는 수프를 만들고 있는 그의 능숙한 손길에 음식들이 점점 커다란 접시들 위에 수북하게 쌓여갔다. 생각보다 너무 많이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든 카가미는 자신도 모르게 생일이라고 조금 힘이 들어간 걸까. 하고 머리를 긁적이다가 완성된 수프 맛을 보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릇에 수프를 담았다. 생일이니까 배 터지도록 먹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라고 카가미는 생각했다.
띵동-
갑작스러운 벨소리에 급하게 대충 손을 씻은 카가미는 물기를 앞치마에 닦으며 손을 탁탁 털고는 현관으로 향했다. 한 번 더 울리는 벨소리에 허둥지둥 뛰어간 카가미가 네-네 잠시만요! 라고 외치며 이 늦은 시간에 택배라도 온 걸까. 뭐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문 손잡이에 손을 뻗었다.
"누구세.."
"실례합니다!"
문앞에 서 있는 6명이나 되는 이들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란 카가미는 어버버버 거리며 아무 말도 못 하고 서 있었다. 그런 카가미의 모습을 본 이들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 킥킥 웃었었고, 이들은 카가미를 끌고 성큼성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카가미는 아무 저항도 못 하고 질질 끌려가다가 이내 번뜩 정신을 차리고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이야?! 하는 물음이 담긴 표정으로 더듬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너,너너너 너희들! 이 시간에 우리 집에 왜 온 거야?"
"에에- 왜 라뇨 카가밋치! 섭섭합니다! 반갑게 맞아 줬으면 좋겠는데여!"
"키세, 너 같으면 갑자기 쳐들어오는 인간들을 반갑게 맞이하겠냐."
"아오미네군, 그걸 아는 사람이 남의 집에 오자마자 자기 집 마냥 소파에 드러누우면 어떻게 합니까. 일어나세요."
"헤에~ 미네칭. 나도 눕고 싶어-"
"흥, 예의를 좀 지키란 거다 아오미네, 무라사키바라."
생각지도 못한 기적의 세대의 방문에 멍해진 카가미는 이내 고개를 붕붕 저으며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눈을 비볐다. 꿈은 아니었다. 평범하지 않은 놈들이 6명이나 있으니 넓게만 보이던 집안은 좁아 보이기까지 했다. 분명 이건 현실이 확실하다고 판단한 카가미가 막 입을 열려는 순간, 그런 카가미를 저지하듯 앞으로 나선 아카시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너희들, 여기 온 목적을 잊은 거냐. 다들 조용히 하고 각자 준비한걸 꺼내도록 해."
아카시의 말에 네에- 라고 대답한 이들의 손에는 종이봉투나 상자가 하나씩 들려있었다. 저건 뭐지, 그런데 목적이라니? 이 녀석들 남의 집에 와서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카가미가 온갖 생각을 하다가 앞치마 매듭을 풀고자 매듭에 손을 가져가면서 너희 대체 무슨 일로 온 거냐고 소리치려던 순간 그들은 카가미를 보며 말했다.
생일 축하해, 카가미.
일본에 온 뒤로부터는 아버지나 알렉스를 빼고는 그 누구에게도, 전혀 들어보지 못한 말이었다. 카가미는 가슴 한구석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린 것만 같았다. 카가미의 눈앞이 점점 뿌옇게 흐려졌다. 무언가가 볼을 타고 흘러내리면서 서서히 눈앞에 맑아졌다가 다시 뿌옇게 흐려지자 카가미는 손을 뻗어 볼을 닦았다.
"나..나, 울고 있어? 이상하네, 전혀 슬프지 않은데.. 이상..하..다?"
왜 눈물이 자꾸 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계속 눈물을 닦아내던 카가미는 결국 주저앉아서 엉엉 소리를 내며 울고 말았다.
'아버지, 이번 생일은 혼자가 아니에요.'
우는 자신의 모습에 놀라 급하게 다가오는 이들의 걱정어린 말이, 손길이.. 너무나 따뜻해서 카가미는 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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